독일 단상
2022-02-06
- 독일은 어떤가?
음.. 독일에 와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유격이 없다는 느낌이다. 일단 모든 기계장치가 유격이 없이 매끈하게 굴러간다. 작게보면 방의 창호나 손잡이가 그렇고 크게 보면 열차의 철로라던지 건물의 마감새가 그렇다. 독일 문화도 그렇다. 어학원의 수업은 딱딱 커리큘럼에 맞게 더 많거나 더 적지도 않게끔 진행된다. 숙제도 온라인으로 알려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것들은 확실히 마무리를 짓고 넘어간다. 시청이나 은행일도 이와 비슷해서 한국보다 느리지만 뭔가 꼼꼼하다. 독일 사람도 그런 편이다. 되게 독일사람이 무뚝뚝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무뚝뚝하기 보다 안과 밖이 나뉘어져 있는 느낌이다. 직장동료에서 친구가 되는 게 한국보다는 힘들 것 같다. 모든 행정처리나 일처리가 계획표를 만들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근데 왜 db열차는 맨날 늦는가?). mbti가 p인 사람은 여기서 살기 좋겠다.
- 날씨는 어떤가?
햇빛을 보기 힘들고 바람이 많이 분다. 한국처럼 칼바람이 불지는 않지만 앞선 이유로 사람이 공허해진다. 뭔가 살갗을 째는 듯한 추위가 아니라 속에서 부터 우울하게 만드는 추위이다. 특히나 일요일에는 거리도 썰렁해지고 해서 별로 좋지만은 않다.
- 독일음식은 어떤가?
햄, 소세지, 빵, 치즈 이렇게 네가지가 거의 독일 음식의 전부이다. 물론 여기도 아시안 마트가 있어서 불닭볶음면을 살 수도 있지만 비싸다. 여기 삼각김밥이 3000원이다. 고기도 싸서 자주 먹긴 하지만 고기의 종류가 한국만큼 다양하지 않다. (안창살, 양지, 부채살 이렇게 나뉘어져 있지 않다)
프랑스와 달리 조리나 요리가 발달한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만 봐도 별의 별 조리법과 손질법이 있는데 여기는 실속있게 먹자는 주의 같다. 빨리 먹고 빨리 일하자라는 느낌?
- 그외 독일에 든 생각들!
뭐랄까? 독일에 왔다기 보다 유럽에 왔다는 느낌이 조금 든다. 독일은 독일 조상이 있으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프랑스인이면서 이탈리아사람이면서 독일사람인 외국인이 많다. 그래서 한 외국인이 여러 여권을 갖고있는 모습도 보인다. (솔직히 개부럽다)
땅이 매우 넓고 평지다. 기후는 척박한데 농사는 편할 것 같다. 그래서 감자를 그렇게 먹나보다. 벼를 심으면 꺾여서 못자랄 정도의 바람이 분다.
친환경? 뉴스랑 제품은 친환경을 그렇게 따진다. 헬스 열풍도 엄청나서 헬스장이나 헬스 음식이 잘되어있다. 근데 길에서 흡연을 엄청한다. 그냥 옆에 사람이 있어도 얼굴에다가 연기를 뿜는 정도? 그래놓고 담배꽁초는 길에다가 버린다. 모순이다. 기후위기랑 플라스틱 위기랑 재생용지는 생각하지만 담배꽁초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재밌다.
아시안에 대한 오리엔탈리즘. 이건 아주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약간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살짝 느낀다. 길을 걷다보면 나를 쳐다보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동양인인거고 다른 하나는 키가 커서인 것 같다. 그냥 내가 그렇게 느낀다. 애기들이 나를 계속 쳐다본다. 마치 기린을 쳐다보듯이. 그리고 중국인이 만든 일본식 데리야끼 볶음밥을 12유로주고 먹는 서양인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나는 여기와서 스시를 먹지 않는다. 그 돈을 주고 먹지 못할 것 같다.
외국인들이 한국이랑 일본이랑 중국은 서로 친하지 않아? 하는 느낌도 받는다. 약간 서로 동양이니까 잘 통하고 친하겠지? 하는 데 … 오히려 나는 중국인보다 서양인이 편하다. 중국인들이랑 말 할때 뭔가 머릿속에서 필터를 하나 걸쳐서 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일본인도 중국인들 보다는 편하긴 한데..(내가 일본 문화에 익숙한지라..) 근데 뭔가 말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는 건 역시나 불편하다. 신경쓰기 까다롭다.
자유주위와 개인정보 관리가 매우 심하다. 독일에서는 자동차에 블랙박스를 다는 게 불법인 걸 여기와서 알았다. 함부러 남을 찍거나 개인정보를 사용하고 그러면 안된다. 관련 법이 매우 세다. 그래서 그렇게 백신을 안 맞고 버티는 건가?
수압이 세고 따신 물이 잘 나온다. 물도 아낄 겸 수압을 50%만 해도 될 것 같다. 따신 물도 최고로 하면 화상 입을 정도로 잘 나온다. (이 것도 전기 아낄겸 50%만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가뜩이나 러시아한테 가스도 못받으면서..)
좋은 건 이유가 있다. 독일 핸드크림이 좋은 이유는 기후 때문이다. 안 바르고 나가면 손이 튼다. 독일 창문이 좋은 이유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이다. 창문이 안좋으면 바람에 깨진다. 독일 화장품이 좋은 이유는 독일 물이 안좋아서 그렇다.그런 걸 쓰지 않으면 피부랑 머리가 거칠어진다. 독일 소세지빵이 맛있는 이유는 그냥 소세지가 맛있어서다. 독일 빵이나 케익이 맛있는 이유는 그냥 밀가루가 맛있는 거 같다. 독일 주방기구가 좋은 이유는 나도 모르것네.. 암튼 이렇게 다 좋은 건 이유가 있는 거 같다.
이것 말고는 당장 다른 점이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까 차이점은 이게 다인 것 같다. 앞으로 추가할 사항이 있으면 수정을 해야겠다.
사실 독일 계정을 따로 만들까 했다. 근데 하고 싶은 말을 눈치 보느라 하지 않고 예쁜 사진만 보여주는 건 나한테 맞지 않는다. 언제까지 속일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속이지 않고 속마음을 다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