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3
독일에 온 지 두달이 되어간다. 한국 자체가 그립거나 가족이 그립지는 않다. 그런 어정쩡한 마음으로 이 곳에 오지도 않았고 성인이 되고 나서 겪은 상황들이 이보다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가끔씩 한국 버스가 그립다. 이게 참말로 이상하다. 왜냐하면 나는 버스 타는 걸 죽도록 싫어했기 때문이다. 아침 7시에 버스에 낑겨서 고등학교를 가는 것보다 짜증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은 그 버스가 그립다. 한 여름 낮에 탔던 8002번이 그립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옅은 가죽냄새와 매캐한 에어컨 바람 냄새를 맡던 때가 생각이 난다. 약속에 늦을까 바라보았던 창 밖에 한강이 그립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조금 늦을 것 같다며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던 게 마음을 축축하게 만든다.
한 겨울의 8002번도 그립다. 버스에서 내리면 안경에 서리던 김도, 롱패딩 모자를 쓰게 만든 마석의 찬바람도 그리워진다. 잠실 버스 정류장도 그립다. 20살 객기에 밤을 지새우다가 탔던 새벽 5시 첫차도 머릿속에 떠오르고 군대가던 친구를 배웅하던 그 날 밤의 버스정류장이 떠오른다. 아 근데 이층버스는 그립지가 않다. 그건 극혐이다. 아무튼 뭔가가 그립다. 그 순간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그 때의 감정도 아니고 뭔가가 나를 뭉클하게 만든다. 특히 하남에서 탔었던 30-5번 버스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때 나는 뭐 그렇게 큰 짐을 가지고 버스를 탔을까 싶다. 덜컹거리는 진동, 주변 사람들의 수다, 잠실역 만쥬, 와플 냄새, 등등 그냥 기억이 그리운 것 같다.